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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토박이 주현, 대식 님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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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토박이 주현, 대식 님

By 인혁 에디터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한자리를 단단하게 지키고 있는 것들을 보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인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태원을 지켜오셨다는 대식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저희의 눈에 더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어요. 


평소 사진을 찍는 걸 어색해 하시지만, 아끼는 손녀 주현 님의 손에 이끌려 첫 기록을 남기셨다는 대식 할아버지와 손녀 주현 님을 만나 이태원의 매력부터 두 분만의 추억까지 짧지만 깊은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안녕하세요!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족 인터뷰는 처음인 만큼, 이번에는 특별하게 서로가 서로를 소개해 보면 어떨까요?


👩주현: 저희 할아버지는 이 씨 가족의 기둥이자, 대들보이신 분이에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친구 같은 면도 있으신 분이세요. 기분이 좋으시면 제가 선물로 드린 블루투스 마이크로 팝송도 부르시고, 춤도 추시고, 때로는 유행을 따라가는 것도 좋아하셔서 요즘에 나온 신제품도 자주 드시고, 새로 나온 영화나 노래도 즐겨 찾아보시고요! 외모는 할아버지처럼 보일지 몰라도, 마음만큼은 20대 못지않은 열정과 청춘을 지니신 분이랍니다! 


🧓대식: 우리 주현이는 믿음직스럽고, 꾀를 부리지 않고, 맡은 일에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는 아이예요. 어른들을 대하는 모습도 20대 같지 않을 정도로 아주 어른스럽고, 건실하고! 내가 생각해도 1등 신붓감이에요~ 또 유학도 다녀와서 영어도 잘한다고! 지금까지 같이 살면서 느끼는 거지만, 아! 그리고 손녀딸이라 칭찬하려는 건 아니고~ 아주 자기 일을 열심히!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친구예요~


벌써부터 서로를 향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데요. 두 분은 어떻게 시현하다에서 처음으로 기록을 남기게 되셨나요?


👩주현: 처음 시현하다를 알게 된 건 사촌 언니의 추천 덕분이었어요. 당시 저는 '기록용 사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었는데, 어깨너머로 들려오던 "20살의 나를 기록할 수 있는 건 20살의 나에요."라는 기록가님의 말 한마디에 매해 저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어요. 


🧓대식: 손녀가 좋은 사진관 데리고 간다고 해서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꼭 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서 찍게 되었어요.. 아유 참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되는겨? 진짜로 네가 데리고 가서 찍은 거긴 한데, 허.. 참~


처음에는 할아버님이 사진을 찍기 굉장히 싫어하셨다고 들었어요.


👩주현: 할아버지는 사진을 찍는 걸 굉장히 어색해하시고, 달가워하시지 않는 분이세요. 여권 사진을 찍어도, 가족사진을 찍어도, 평소에 사진을 찍어도 표정은 늘 무표정.. 정말 한결같은 표정을 지으신답니다. 그래서 솔직히 이번 촬영도 선 보고 후 예약이 아닌, 선 예약 후 설득으로 진행했어요. (웃음) 


할아버지를 모시고 생일 기념으로 기록을 남겨드리고 싶은 욕심에 미리 몰래 예약을 해두고, 그 후에 할아버지 설득에 들어갔어요. 때 마침 생일이시기도 하시고, 제가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던 때라, 할아버지께 뜻깊은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설득을 시작했었죠. 계속되는 거절 속 저는 속으로 ‘딱 열 번만 말씀드리자.’라는 마음으로 계속 설득을 했어요. 그러다가 7번째 설득을 하던 중, 마침내 사진 촬영 3일 전에 수락을 받았고 사진을 찍으러 가게 되었답니다! 


시현하다에서는 촬영 전 색과 형용사를 통해 촬영자를 알아가는 단계를 거치는데요. 두 분이 가장 좋아하는 색과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형용사는 무엇인가요? 


👩주현: #K-장녀 #비타민 #취미부자 

저는 노란색을 좋아해요! 하지만 세상에는 수많은 노랑이 있죠, 정확히 콕 집어서 말씀드리면 #FCCB4F를 좋아합니다. 제 기준에서 가장 개나리와 비슷한 색이랄까요? 제가 태어나고 엄마가 병실에 오셔서 창밖을 보셨을 때, 개나리가 온 세상을 덮고 있는 게 보이셨대요. 그 때문일지는 몰라도, 저는 노란색을 정말 좋아해요. 


🧓대식: #이국적인 #흥이많은 #준비성끝판왕

할아버지는 자주색이 좋다구~ 정확히는 자주 목련 중에서 자주색 목련이 있거든? 그런데 그 색이 제일 좋아~ 왜냐믄! 강렬하면서도 진한 맛도 있고, 그리고 적당~히 화려한 색이여! 그리고 자주색이 딱 그 마음에 쏙 든다고! 그래서 자주색이여! 



시현하다에서 기록을 남기고 달라진 점이나 촬영 후 소감을 남겨주신다면요? 


👩주현: 저는 시현하다에서 첫 촬영을 한 후, 매해 기록을 남기게 되었어요. 지금은 총 여섯 번의 기록을 남기게 되었답니다! 무엇보다 시현하다 <1000인> 전시를 간 이후 시현하다 사진 수업도 들으며 사진과 편집에 더 가까워지고 있어요. 지금은 제가 수집한 물건들을 촬영하고, 편집하며 사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답니다!  처음에 사진이라곤 증명사진만 찍었었는데, 이제는 카메라 앞에서 미소를 짓는 것도, 개구진 표정을 짓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프로필 사진, 기록사진 장인이 되었어요. 


🧓대식: 할머니랑 같이 가면 갈 텐데, 손녀랑 가려니까 너무 어색했어요~ 그런데도 손녀가 너무 잘 데려가 줘서 손녀의 다른 면도 볼 수 있었고, 우리 손녀가 어떤 모습으로 사회에서 생활하는지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아주 흐뭇했어요~


오랜 시간 동안 서로 함께한 만큼, 잊지 못할 두 분만의 추억도 많으실 것 같아요. 두 분이 함께한 순간들 중, 가장 기록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요?


👩주현: 제가 초등학생 때 보냈던 설날 다음날 아침을 기록하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손녀, 손자들 손을 잡으시고 함께 맥도날드에 가시던 순간, 할아버지는 제일 좋아하시는 음식을 손주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기뻤고, 손주들은 부모님이 잘 안 사주시는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 있는 날이라, 또 해피밀 장난감을 얻을 수 있는 날이라 기뻤거든요. (웃음) 모두가 다른 의미로 행복하고 기뻤던 순간이라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꼭 기록하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요즘도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맥도날드에 가셔서 햄버거를 드시는데, 가시면 꼭 예전에 손주들이랑 함께 하던 식사 시간이 생각나서 웃음이 절로 나신다고 해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해 봤으니 ‘색’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죠. 다른 사람에게 없는, 두 분에게만 있는 색은 무엇인가요?


👩주현: 저는 최선례의 색을 가지고 있어요.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 성함이 최선례인데요, 외모부터, 성격, 그리고 마음도 할머니를 닮은 저는 가족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고민 상자’가 되어주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님들의 기둥이, 친구들에게는 위로의 편지가 되어주기도 해요. 


🧓대식: 모두를 포용하시는 도화지 같은 색. 빨간색을 갖고 있는 이가 오면, 빨간색으로 맞춰서 이야기하고. 파란색을 가진 이가 오면, 파란색으로 변하여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대식 할아버님은 이태원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토박이라고 들었어요. 그동안 어떤 일들을 해오셨나요?


👩주현: 할아버지는 이태원에서 장사를 오랫동안 해오신 이태원 소울이 가득하신 분이세요! 저희 아버지가 태어나시기 이전부터 장사를 하셨다고 했으니 거의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장사를 해오신 것 같습니다. 5~6년을 운영한 꽃집부터 놋쇠 등을 다루는 금속 공예 30년, 목공 10년 등 그동안 안 해보신 장사가 없을 정도로 정말 이태원의 큰손이세요.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미군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셨다고 해요. 그만큼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도 잘하시고, 자신감도 완전 넘치시는 분이에요. 몇 십 년 전만 해도 이태원은 동네 주민의 절반 이상이 미군일 정도로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었다고 해요. 할아버지는 IMF 때도 미군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시고 한화 대신 외화를 받아서 가정에도, 사회에도 보탬을 주려고 노력하셨다고 해요. 동네의 어려운 분들에게는 나눔을, 가족들에게는 아낌없는 헌신을 하기 위해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이태원에서 지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주현: 한 번은 온 가족이 다 같이 결혼식을 가던 길이었어요. 녹사평역 근처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4스타 제복을 입으신 주한 미군 사령관을 보게 되었죠.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 당당하게 그분께 걸어가시더니 말을 거시더라고요. ”헬로-! 마이 네임이즈 좌니 리-! 굿 몰닝-!“ 하시면서 말이죠. 


저희 가족들 일동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는데, 인사를 받으신 사령관 분은 호탕하게 웃으시며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Your English is very good! Good morning! How's your day going?!" 하시며 대화를 이어가주셨어요. 할아버지는  ”굿-! 베리 굿-! 나이스 웨더-! 아! 마이 빼밀리 빼밀리-! 고잉 웨딩 투데이~“ 하시며 저희 소개는 물론 저희의 오늘 일정까지 알려주셨죠. (웃음) 


저희는 아무리 봐도 높은 분이셔서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분은 한국은 나이가 있는 할아버지까지도 영어를 잘하니, 본인도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하시며 횡단보도를 건너가셨죠. 아직까지도 할아버지의 당당함과, 자신감을 잊지 못해 그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웃음) 


🧓대식: 나는 그 영어를 잘한다구~ 너가 생각해도 그렇제?! 외국인들 상대로 몇 년 동안 장사했는데 녹슬지 않은 영어실력! 멋지지?! 그치?!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주현: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셋째도 건강이에요. 우리 할아버지 가족을 위해서 하는 것도 좋지만, 할아버지 몸을 먼저 생각하시고 하셨으면 좋겠어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주시고,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으면 혼자보다는 손녀랑, 손자랑, 딸이랑, 아들이랑 같이 가셨으면 좋겠고. 


우리 할아버지, 지금까지 늘 가족을 위해서 일하셨으니까, 이제는 우리가 돌려드릴 틈을 좀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 할아버지~ <3 


🧓대식: 막상 잘하고 있는 손녀한테 뭘 더 말하려니까 잘 생각이 나질 않는데, 일단 태도 같은 건 우리 손녀 지적할 것이 별로 없지만서두, 늘 겸손해야 하고! 사회가 굉장히 냉혹하니까, 다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말고, 앞과 뒤를 생각하라구. 늘 미래를 생각하면서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구! 


늘 근면 성실한 주현이지만, 또 늘 최선을 다해야 하고. 너무 다른 사람들에게 속내를 다 보여주려고 하믄 안된다구! 사람들을 보는 눈을 길러야 햐! 알았제?! 늘 남보다는 본인을 먼저 생각해 주고, 너무 착해서 탈이야 우리 손녀! 조심햐! 그리고 늘 건강해야 하고, 사회에서도 열심히 해야 하고, 가족한테는 배려해야 해~ 아! 말했나? 그리고 건강이 제일이여! 그런데 남자친구는 언제 데려올거여? 응? 아직 없다구? 그럼 얼른 만들어서 데려와 알았제~? 껄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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