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검색 검색하기

위클리매거진

INTERVIEW 사진 작가 천승환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2-12-15
게시판 상세
  • 평점 0점  
  • 추천 추천하기

INTERVIEW 사진 작가 천승환

By 인혁 에디터


누구나 카메라로 자신의 모습을 기록할 수 있는 시대. 그러나 천승환 사진작가가 담아내는 사진 속에서만큼은 인물이 아닌, 공간이 주인공이 된다. 그의 사진 속에는 역사가 남기고 간 아픈 흔적들이 머물러 있는 장소들로 가득하다.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하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그렇게 카메라를 들고 시작했던 일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그저 단순한 일이 아닌, 하나의 사명이 되었다. 



 


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의 사라져가는 역사의 흔적을 기록하는 사진작가 천승환입니다. 2017년 세계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일본, 중국, 러시아, 베트남, 네덜란드, 프랑스 등 우리 역사와 관련된 흔적들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하게 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외의 사적지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어요. 


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사라져가는 역사적 흔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련된 장소를 찾아 사진으로 기록하고 전시회와 SNS를 통해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 사연에 남겨주신 '대한민국의 사라져 가는 흔적을 기록하는 사진작가'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사진을 남기고 계신지 소개해 주세요.


저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역사와, 사라져가는 역사적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어요. 역사적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를 사적지라고 하는데, 국내의 사적지들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한편 국외의 사적지들은 국가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현지 사정으로 사라지고 있는 곳들이 많아요. 


이러한 곳들이 한 곳이라도 더 훼손되거나 사라지기 전에, 사진을 통해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장소성과 역사성을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Q: 그동안 남긴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무엇인가요? 


모든 사진들이 다 기억에 남고 소중하지만, 사이판에서 찍었던 위안부 동굴의 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휴양지로 찾는 사이판은, 과거 일본의 지배를 받던 곳이었어요. 사이판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주해 온 조선인 노동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한 채 생활했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해요. 


전쟁이 심화되면서 이곳은 병참기지화되었고, 조선인들은 강제로 징용되거나 위안부로 끌려오기도 했어요. 그중 섬의 외곽에 있는 한 동굴에서 위안부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 다녀와 사진으로 기록하게 됐어요. 워낙 어렵게 다녀온 곳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힐 뻔한 곳이었기에 이곳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Q: 사진뿐만 아니라, 역사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가 있나요?


원래 잘 하는 게 역사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자랑하기에는 조금 부끄럽지만 중학교 때 책을 참 많이 읽었어요. 그때 가장 많이 관심 있게 읽었던 분야가 역사와 관련된 책들이었는데, 그 책들을 읽으면서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잘 하게 되어 꿈도 사학자를 꿈꾸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께서 “역사는 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라는 말씀을 해주시면서 다양한 역사 현장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셨고, 그 뒤로 다양한 역사와 관련된 장소들을 찾아보면서 직접 바라보고 느끼면서 역사의식을 키워갈 수 있었어요.



Q: 최근에는 관동대학살 100주년을 맞이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려요.


1923년 9월 1일 도쿄를 중심으로 일본 관동지역에서 진도 7.9의 큰 지진이 일어나요. 이 사건을 관동대지진이라고 하는데, 당시 조선인에 대한 많은 유언비어가 발생하고 일본인들은 자신들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자경단을 조직하고 일본에 거주하던 조선인과 중국인,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등을 불법적으로 학살합니다. 


이때 학살된 조선인의 수를 합하면 대략 6,661명 정도가 되는데, 이 사건을 관동대학살 혹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2023년은 이 사건이 발생한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100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진상 규명도 되지 않고, 현재 역사 교과서에 관동대지진은 한 줄 정도밖에 나오지 않고 있어요. 


그나마 최근 애플티비 시리즈 <파친코>에서 이 사건을 다루며 많이 알려지기는 하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역사가 있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지역에 가서, 약 70~80여 곳의 관동대학살 관련 장소와 역사적 흔적을 찾아 기록하고 전시회까지 진행하려고 해요. 



Q: 앞으로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요?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잊혀지기 마련이에요. 잊혀진다는 것은 다시 되풀이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모든 역사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역사는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역사의 현장들을) 기록하고 싶어요. 사진을 통해 한 사람이라도 사라져가는 역사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승환 님의 사진들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나요?


제 사진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감성적인 사진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정해진 감정을 느낀다기보다는 담백하게 전달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나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를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매거진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사라져가는 역사의 흔적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천승환 사진작가는 사진이 만들어진 본연의 목적을 누구보다 가장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사람이다. 사라지거나 잊힐 것들을 묵묵히 사진으로 기록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알린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신념’이라는 단어 하나로는 부족하다. 


사진에 한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사진관 시현하다와, 사진에 한 공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사진 작가 천승환. 이제 보니 두 사진관과 사진작가의 만남이 낯설지 않았다. 


비밀번호 수정 및 삭제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댓글 수정

비밀번호 :

/ byte

비밀번호 : 확인 취소

댓글 입력
댓글달기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답변보기

영문 대소문자/숫자/특수문자 중 2가지 이상 조합, 10자~16자

/ byte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