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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원샷한솔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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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원샷한솔

By 인혁 에디터 


불이 꺼진 어둠 속에서, 한솔의 무대는 시작된다. 18살에 갑작스럽게 그를 찾아온 어둠은,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자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도 점차 앞을 볼 수 있게 되는 암순응처럼, 한솔 역시 오히려 이 어둠 속에서 더 멀리 그리고 이제는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있는 중이다. 




시현하다는 처음이죠?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저는 유튜브 <원샷 한솔>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시각장애를 가진 김한솔이라고 합니다. 


사실 한솔 님은 오늘 촬영한 사진을 보실 수 없었잖아요. 사진을 촬영하고, 셀렉 하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제가 어떻게 찍히는지 모르니, 기록가님과 저랑 같이 온 친구에게 온전히 맡기자는 마음뿐이었어요. ‘저를 애정 어리게 찍어주셨으니 예쁜 사진으로 골라주시겠지?’ ‘나를 잘 아는 친구와 왔으니 잘 골라주겠지?’ 하는 믿음으로요. 


왼쪽, 오른쪽 하면서 사진을 셀렉 할 때는 어떤 포즈를 고른 걸까? 왜 저걸 고른 걸까? 하는 궁금증들이 계속 들었고 저는 계속 무슨 표정인지, 무슨 포즈인지 물어봤어요. (웃음) 



사진을 찍는 과정은 어땠나요? 


저는 제 표정을 못 본 지 13년이 넘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잘 웃고 있는지 헷갈리고, 더 웃으려고 하니까 표정은 굳는 것 같고. 그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했어요. 근데 자기 표정을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진 찍을 때 표정을 자연스럽게 짓는 건 누구나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웃음) 


그래도 기록가 님이 오셔서 포즈도 잡아 주시고, 좋으면 좋다고 말해 주시니까 저는 그때의 표정을 지었을 때 썼던 근육과 얼굴의 느낌을 최대한 기억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새로운 경험은 어렵지만 하고 나면 그 후에 뿌듯하고 묘한 성취감이 있어서 좋아요.


시각장애인으로서 한솔 님에게 사진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했어요.


저에게 사진이란… 음 일단은 찍어 두는 것 같아요. 사진을 제가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 순간의 저를 누군가한테 보여줄 수도 있고 사람들은 사진을 추억으로써 많이 둘러보고 다시 꺼내도 보니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남긴 사진을 저는 다시 둘러볼 수는 없지만, 그때 사진을 찍은 사람들과 그때의 기분을 기억하는 편이에요. 저는 잘 모르지만 제가 어떤 표정을 지었을 때 사람들이 제가 상상한 그 표정과 맞는다고 하거나, 잘 나왔다고 할 때면 저도 사진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고요.


언제 한번은 저는 이 표정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과 다르게 사람들은 그렇게 안 보인다고 말해준 적이 있거든요. 사진을 찍으면서 남들에게 확인받는 작업이 많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늘 표정을 짓고, 제가 생각하는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편이에요. 그럼 보이지 않아도 남들보다 잘 웃을 수도 있고 표정 짓는 것도 자연스러워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시현하다에서 사진을 찍고 나서 주변의 반응은 어땠어요? 


아직 사진이 많지 않아서 몇 명 보지는 못했는데 청순하게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돌 같다고도 하네요? 제가 말한 거 아니에요. 전 안 보이거든요. (웃음) 



반응이 좋았다니 다행이네요 (웃음) '원샷한솔' 채널을 둘러보니까 어느새 채널을 시작한지 3년이 넘었더라고요. 유튜브 채널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시각 장애인이 되고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적응이 되고,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재밌는 것도 많더라고요. 또 한편으로는 세상에 나가면 나는 괜찮은데 세상은 아직 나를 왜 이렇게 어려워하고, 불공평한 것도 많을까 고민도 했고요. 


장애인들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서 대학교에 가서도 늘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하고, 버스도 혼자 힘으로 타지 못하다 보니까 ‘왜 이렇게 흔한 일상이 어려워져야 하지?’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렇게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다가 대학교 마지막 학기쯤에 미국 뉴욕에 대외 활동 프로그램을 나가게 됐어요. 그런데 그곳의 장애인들은 마인드가 다르더라고요. ‘이게 뭐가 어려워? 난 괜찮은데’, ‘난 버스 안 어려워’ 이러면서. 


심지어 휠체어를 타신 한 한국 분은 미국에 살면서 자존감과 자신감이 엄청 올라갔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람들의 마인드가 달랐어요. 한국에서는 ‘어쩌다가 장애인이 됐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안녕? 오늘도 패션 좋다’ 이런 식으로 장애보다는 그 사람을 먼저 봐주더라고요. 


그러면 나도 유튜버로서, 장애인으로서 ‘장애’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들한테 많이 노출될수록 우리나라도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장애라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있겠지만, 더 넓게 봐서는 환경적인 부분들이 장애인이 살아가는 것을 더 힘들게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유튜브를 통해 우리 사회의 환경적인 부분이 더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더불어 이런 장애인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비장애인도 각자가 가진 성격과 취향이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장애인은 개별적인 다양성으로 잘 바라봐지지 않는 것 같았고, 저의 채널을 통해 이런 다양한 부분들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누구나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준다는 게 부담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해요.


처음이었다면 정말 부담이 많았을 것 같은데, 제가 시작장애인이 되고 한 9년, 10년 차 됐을 때 유튜브를 시작했거든요. 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이 연습하고, 말하고, 도전해 봤어요. 시각장애인과 무용수들이 같이 무용하는 공연도 2년 동안 해보기도 했고요. 시각장애인들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무용 공연이었는데, 처음에는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말을 하는 게 부담스러웠죠. 


그런데 점점 편해지고 나니까 이게 재밌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 이런 거 재밌어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다른 곳에 가서도 연습하고, 말을 하다 보니까 이제는 나도 유튜브를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제는 내 이야기 다 해도 괜찮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드는 순간 확신했어요. 아, 나 할 수 있겠다고. 


채널 설명에 써져 있는 ‘뵈는 것이 없기에 하고 싶은 것 더 마음껏 해나가고 있다’는 문구도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동안 해낸 일 중에 제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뤄낸 일은 뭐예요? 


일단 대학교를 갔던 것도 그런 일 중 하나였어요. 경영학과가 너무도 흔한 학과인데, 사실 시각장애인한테는 별로 추천하지 않거든요. 간 사람이 잘 없기도 하고, 계산기 두들기고, 그래프를 보는 등 시각적인 게 많잖아요. 경영학과에서 가서도 남들은 공무원 준비할 때 저는 갑자기 동아리를 만들어서 이런저런 활동도 해봤어요. 뉴욕도 가보고, 유튜브도 해보고. 


유튜브를 처음 시작한 1년 동안은 잘 안됐거든요. 사람들이 ‘왜 계속 그거 하고 있냐’, ‘이러다 굶어 죽는다’ 할 때도 사실 제가 좋아한 일이기 때문에 이 일로 돈을 벌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 온 게 저에게는 가장 큰 선택이고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아요.


그 힘들었던 시간들을 지나 이제는 어느새 57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로 자리 잡았잖아요. 이렇게 거대한 채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뭐였을까요? 


잘 모르겠지만 ‘버텼다’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만약 한 달이라도 일찍 포기했으면 지금의 이 순간을 못 느끼고, 여전히 컵라면에는 점자를 찾아볼 수 없었겠죠. 저는 계속 의미 부여를 하면서 버티는 스타일이거든요. 


안 풀릴 때도 ‘이제 곧 생일이니까 뭔가 선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면서. 그런데 정말 버스 실험 영상이 제 생일 다음 주에 잘 됐거든요. 그런 의미들을 부여하면서 버텼던 게 힘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또 계속 새롭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말하는 걸 좋아한 것도 한몫했던 것 같아요. 저는 될 때까지 해보는 스타일이에요. 영상 하나를 올렸는데 썸네일 때문에 잘 안된다 싶으면 30장, 50장 만들 거야 하면서 될 때까지 해보고. 



제가 생각한 <원샷한솔> 채널의 매력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향해 가지고 있는 궁금증들을 속 시원하게 답해 준다는 점이에요. 채널을 운영하면서 생각했던 방향성이나 이루고 싶었던 목표가 있었나요? 


일단 이 세상이 흘러가는 게 너무 막연했어요. 왜 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선진국의 장애인들을 부러워해야만 할까 싶었고. 외국인이 한국에 왔을 때도 ‘한국은 모두가 살기 좋은 나라다’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모두가 편하게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아까도 언급해 주셨지만 컵라면 먹방 콘텐츠 이후에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컵라면이 나오기도 했잖아요.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조금씩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게 느껴지나요? 


처음에는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기업도 결국 이익 집단인데 돈도 안 되는 일을 하겠나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로 점자 컵라면을 개발하고, 변하는 걸 보면서 세상은 역시 단정 지을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싶었죠. 계속 두들기고, 두들기고, 두들기다 보면 변하는구나. 이제는 컵라면뿐만 아니라 페트병에도 점자가 붙어서 나오고 있고, 최근에 본 뉴스에는 세제나 치약에도 점자 표시가 도입된대요. 이런 것들이 조금씩 더 퍼지고, 퍼져서 결국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드는 것 같아요.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변화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일단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내가 하는 게 너무 이상적인가?’라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대학교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공평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던 것들이 잘 안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걸 보면서 나는 계속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인가 고민했는데, 저와 같이 목소리를 내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을 보니까 제가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이 생겼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되는 것 같고. 


크리에이터 분들에게 꼭 물어보는 질문인데요. 콘텐츠에 필요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고 있어요? 


일상에서의 모든 경험을 다 기억하고, 혼자 정리도 해보고, 사람들한테도 물어보면서 축적해 나가는 것 같아요. 저는 저를 잘 알고, 장애를 어렵지 않게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어렵고, 낯설고, 신기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초점을 상대방한테 맞춰서, 그들이 궁금해하는 걸 늘 들으려고 해요. 


채널을 운영하면서 댓글도 많이 볼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제 채널에서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재밌다’와 ‘위로를 받았다’. ‘재밌다’는 말이 단순한지만 장애인한테는 잘 안 쓰는 표현이거든요. ‘눈물 날 것 같다’, ‘힘내라’ 같은 댓글보다, 재밌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조금 뿌듯하죠. ‘그래, 장애도 재밌어질 수 있어’ 하면서. 외국에서는 장애를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들도 많잖아요.

 

한 번은 어떤 부부가 시각장애인 아이를 출산했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이 아이를 키워야 하나 막막했는데 제 채널을 보고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는 메시지를 주신 적이 있어요. 그런 반응들도 참 감사하죠. 



유튜브에서 본 한솔은 참 밝고, 쾌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상에서의 한솔은 어떤 사람이에요? 


평소엔 말이 없다가도, 같이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할 말이 너무 많아지더라고요. 점점 목소리도 커지고, 말도 좀 빨라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영상 속의 한솔과 비슷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고민할 때는 말을 전혀 하지 않고, 정말 가만히 계속 앉아있기도 해요. 상반된 두 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원래는 배우가 꿈이었다면서요? 


관심 있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보니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당구 선수도 하고 싶었고, 배우도 하고 싶었고. 다른 누군가가 되어 그 감정을 느껴보는 걸 좋아했거든요. 고등학생 때 학교를 몰래 빠지고 여의도로 가서 배우 아카데미를 가본 적도 있어요. (웃음) 뭐든지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 것 같아요. 


그때 못다 이룬 배우의 꿈을 숏츠의 콘텐츠에서 풀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웃음) 제가 생각했던 그런 멋진 배우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지금 많이 풀고 있는 것 같아요. 혼자 1인 2역, 3역까지도 하고요. 



어린 시절의 꿈을 잠깐 이야기해 봤는데, 지금 한솔 님이 가지고 있는 꿈은 뭐예요?


점자 골드 버튼 받기. 실버 버튼도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문구부터 시작해서, 점자 편지까지 받은 유튜버는 제가 유일하다고 하는 데 이게 내심 뿌듯하더라고요.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인 거잖아요? 그게 골드 버튼까지도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럼 저 스스로에게도 너무 자랑스럽고 함께해 준 분들에게도 너무 감사한 마음일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도 많은데 아직 여력이 되지 않아서 못 하고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최근에는 ‘어둠’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는 처음에는 어둠이 칙칙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한테는 어둠이 있었기 때문에 빛이 생긴 것 같아요. 그전에는 빛을 보고 있었지만 오히려 칙칙했거든요. 나중에 대학을 가고, 공무원을 해야겠다는 게 끝이었는데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어둠을 제대로 마주하니까, 빛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최근에는 책을 내기도 했잖아요. 영상 외에 책이라는 텍스트 콘텐츠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영상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해도, 제가 더 깊게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거나 어려운 말을 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런 것들을 글로 만들어 놓으면 누군가는 그걸 곱씹고 계속 바라볼 수 있고, 나만의 이야기가 문서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게 되게 매력적이라고 느꼈어요. 


저는 처음 점자를 배우면서 글자의 소중함을 알게 됐거든요. 내가 너무도 당연하게 봤던 글자와 책을 보지 못했는데, 점자로 다시 책을 읽게 됐을 때 이게 굉장한 축복이라는 걸 느꼈어요. 내가 새롭게 배운 이 글자로, 언젠가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나의 이야기를 담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드디어 이루게 됐네요. 


책을 쓰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나요?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저는 잃고 나서 그걸 깨달았어요. 나한테 당연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많다. 그리고 그걸 느낄 수 있는 건 축복이다. 이게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저의 핵심 메시지인 것 같아요. 


우울하다는 건 뭔가가 결핍됐다는 거고, 그 결핍이 채워지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우울하다는 마음을 느끼는 거거든요. 그건 내가 지금 가지지 않은 것만을 바라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것을 바라보는 순간, 어쩌면 좀 치유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듯이.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뭐예요?


처음에는 좋은 생각들을 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일부러 계속 말을 걸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도’가 조금 빨리 나오는 편이에요. 힘들지만, 그래도 괜찮아. 이런 말을 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한솔 님이 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물리적으로는 안 보인다, 답답하다고 말할 수 있겠죠. 제가 바라보는 시선은 뭐랄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어디를 갈 때마다 점자 블록이 있는지, 메뉴판에 점자가 있는지 보게 되고. 휠체어를 탄 친구들도 많으니까 혼자 바닥을 발로 문질러 보고 바닥이 평평한지 턱은 없는지 계속 확인해 봐요. 이 안에서 누군가는 같이 어울리고 싶은데, 못 어울리는 사람이 있나 계속 확인해 보고 먼저 말을 걸어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나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세상. 어떤 조건이나 제약 때문에 당연히 못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다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세상이요. 저도 컵라면을 혼자 먹지 못하고 있었는데 구독자분들이 함께해 줘서 결국 저도 컵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장애를 떠나서 서로를 경청하고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어요. 


그래서 누구나 웃을 수 있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사회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비교가 있기 때문에 사실 늘 힘들거든요. 장애인들에게 ‘쟤 진짜 힘들겠다’고 말하는 게 바로 비교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비교가 없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세상은 예상하기 어려운 곳이잖아요. 저도 이렇게 시현하다에서 사진도 찍어주시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 몰랐고, 유튜브를 하면서 이런 순간이 올 줄 생각도 못 했거든요.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두려워하고 불안해하지만, 그 불확실성이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조금은 버틸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즐거움이 찾아오려고 이렇게까지 불안한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이겨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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