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한나 플로리스트

INTERVIEW 한나 플로리스트

By 민후 에디터

 


길을 걷다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게를 마주친 적이 있으신가요? 필자는 우연히 산책을 하던 도중 꽃을 든 제리 간판이 걸린 가게를 보고 관심이 생겨 가게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까지 보게 되었는데요. 계속해서 보고 싶게 만드는 과감한 컬러의 색지와 화려한 색감의 꽃 사진에 매료되어 팬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특히 컬러를 활용해 개인의 개성을 프레임 속에 담아내는 시현하다처럼 다채로운 색깔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꽃의 개성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꽃 스타일이 매우 인상적으로 느껴졌는데요. 마침 따뜻한 봄이 다가온 지금, 저희 시현하다와 함께 봄을 알리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제리플라워스튜디오'의 플로리스트 한나 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화려한 꽃을 다루는 플로리스트라면 왠지 여성스러우면서, 여리여리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떠오르곤 하는데요. 오늘 만나본 한나 님께서는 꽃 시장을 자주 오가고, 움직임이 많다 보니 운동복을 주로 입고 활동을 하신다고 합니다. 촬영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꾸미지 않고 가장 나답게 보일 수 있는 옷을 입고 저희 시현하다에 방문해 주셨는데요. 우리가 생각했던 플로리스트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본인만의 스타일을 뽐내주신 '제리플라워스튜디오'의 플로리스트 한나님과 함께 나눈 이야기를 소개할게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4년 차 플로리스트 ‘제리플라워스튜디오’의 대표 이한나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면 1초도 망설임 없이 바로 미술이라고 답변할 정도로 미술에 굉장히 흥미가 높았어요. 하지만 학업에 몰두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미술과는 멀어지게 되었죠.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꽃 사진을 접하게 되었는데, 마치 그림처럼 보이더라고요. 꽃의 색감, 포장지와의 대비 등 너무나 흥미롭게 느껴졌고, 이를 계기로 바로 플로리스트 수업을 듣게 되었죠. 그렇게 저의 플로리스트 생활이 시작되었답니다.



꽃집 이름이 ‘제리플라워스튜디오’예요. 해당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저는 대중들에게 비치는 꽃집 이미지에 대해 고민을 해봤어요. 우선 꽃의 색감에 매료된 저는 ‘컬러플레이를 재미있게 하는 꽃집’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운영하기로 정했죠. 그리고 꽃의 색에 맞추어 포장지의 색깔을 과감하게 선택하는, 마치 ‘톰과 제리’의 제리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통통 튀는 모습이 어울리는 듯하여 바로 ‘제리플라워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정하게 되었죠. 여기에 저 스스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제리가 마치 저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커다란 색지를 활용한 꽃다발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색지를 고르실 때 컬러나 재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기존의 꽃 포장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포장지로 만드는 도전을 많이 해요. 패브릭 소재를 사용하기도 하고, 비닐을 사용하거나 일반 문구점에서 파는 다양한 색지를 활용하는 등 끊임없이 실험을 하곤 했죠. 


그렇게 탄생한 여러 꽃다발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반응을 살피기도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색감이 강렬한 꽃다발들이 인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주로 사용하는 색지는 비비드 한 색감의 종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랍니다.



대표적으로 블루 계열, 그린 계열, 핑크 계열의 색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그 이유는 손님들이 많이 찾으시는 꽃 색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이기 때문인데요. 꽃 자체의 색 조합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검은색 포장지도 자주 사용하는 편이랍니다.



이번 촬영에 꽃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과 귀여운 화분 등 다양한 재료를 함께 가지고 와주셨는데요. 재료를 사용하실 때 특히 고려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이번 촬영 때에는 팟 커버(Pot cover)와 실을 사용해 플라워 디렉팅을 진행해 봤어요. 사진으로 담기는 작업이기에 결과물만으로 확실하게 이목을 끌만한 차별점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최근에 ‘hehe’ 브랜드와 콜라보 해서 제작한 강아지 모양의 제제 팟 커버를 이용해 센터피스(Center Piece)를 제작했고, 여기에 어울릴 만한 실뭉치와 리본 끈을 이용해 역동적인 느낌을 비주얼적으로 재미있게 표현해 봤어요. 


저는 꽃만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느낌을 다양한 재료들을 가미해 재미를 더해 주는 것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에요. 실제로 제작할 때에도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하면 재미도 더해지고 작품에 대한 만족감도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함께 가져오신 화분의 경우 콜라보 제품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추후에도 진행하고 싶은 콜라보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번에 ‘시현하다’와 함께한 작업도 저에게는 또 다른 형태의 콜라보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꽃에 인물과 패션까지 더해지니 볼거리가 더욱 풍부하고, 이를 보는 분들의 입장에서도 꽤 흥미로울 것 같은데요.



추후에는 패션 브랜드와 함께 콜라보를 해보고 싶어요. 옷에 사용되는 원단이나 가죽, 실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서 시각적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꽃 작품을 만들면서 재미있는 시도를 많이 해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다른 꽃집, 플로리스트 분들과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강점이 있나요?

남들과는 다른 도전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제 신념 중 하나는 ‘일단 해보고 후퇴하자’ 에요. 현재 시점으로는 제 신념이 꽃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가장 많이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두려움 없이 다양하고 수많은 디자인을 시도를 해온 것 같기도 하고요. 어떤 것이 반응이 좋을지는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시도하고 보여줘야 해요.



플로리스트로서 제일 좋아하는 꽃은 어떤 꽃인가요?

저는 장미를 가장 좋아해요. 플로리스트로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엔 생소한 꽃에 호기심을 갖고, 생소한 꽃들로 작업하는 일이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질문을 살짝 바꾸어서 이 꽃이 영원히 소멸되어 나오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아쉬울 것 같은 꽃은 장미인 것 같아요.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많은 분들에게 가장 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추억의 꽃이 바로 장미가 아닐까요? 항상 함께해 줄 것 같은 장미가 만약 사라진다면 장미를 대체할 수 있는 꽃이 과연 이 세상에 존재할지… 그런 장미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클 거 같아요.



꽃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꽃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형태를 살려 자연스럽게 어레인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포장이나 디자인은 굉장히 도전적이고 모험을 하면서 제작을 하지만 꽃을 어레인지 하는 것에 있어서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편이거든요. 꽃은 있는 그대로 두어도 충분히 예쁘니, 그 상태로 최대한 살리고, 포장지나 다른 요소를 추가해 재미를 더합니다.



어떤 순간에 큰 보람을 느끼시나요?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 보람을 느껴요. 고객들의 피드백 하나하나가 플로리스트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꽃집은 우리 주변에 많이 있기도 하고, 사실 꽃도 모두 똑같이 생겼잖아요. 하지만 ‘제리플라워스튜디오’까지 멀리서 찾아와 주시거나 주문을 해주시면 정말 그 마음 하나만으로도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저의 재능이 누군가에게는 작게나마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저 스스로도 쓰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처음 플로리스트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시나요?

저에게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거예요. 처음 저에게 꽃을 배우러 오신 분들이 가장 흔히 하시는 이야기가 “선생님, 제가 맞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에요.


저도 처음에 그랬던 것 같아요. 수강생분들이 저에게 하는 질문을 저 스스로에게 굉장히 많이 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그것이 옳던, 그르던 일단 해보자는 생각을 해요. 나를 믿고 가다 보면 어떤 길이던 모두 길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금도 계속 두드려보고 있는 중이에요. 어떤 일이던 열심히 하고 있다 보면 새로운 일은 계속 주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점점 더 생기고 있는 중이랍니다. 아직은 갈 길이 너무나 멀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더 이상 멀다고, 힘겹게만 느껴지지 않아요. 한치 앞도 모르는 지금이 너무 재미있을 뿐이죠.



이 시대에 어떤 플로리스트로 기록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오래 하는 플로리스트가 되고 싶어요. 잠깐 핫한 꽃집이 아니라 장인 정신이 깃든 플로리스트로 기록되고 싶어요.



플로리스트 한나님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해요.

꽃으로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요. 다양한 브랜드와의 콜라보 혹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많은 경험을 쌓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을 발견하고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현재 1:1 클래스로 진행 중이어서 수강생분들을 모두 함께 만난 적이 없는데요. 수강생분들과 함께 대형 작업물을 만들고, 공간을 대여해 개인 작업물을 전시하는 이벤트도 진행해 보고 싶어요.


이와 동시에 저의 개인 작업물을 계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니, 제리플라워스튜디오의 행보를 천천히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