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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매거진

추억을 기록하다: 졸업앨범 프로젝트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1-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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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기록하다: 졸업앨범 프로젝트

By 인혁 에디터


이별은 어떤 형태로든 슬픈 일이다. 

끝이 정해진 이별이라면 더욱 그렇다. 

 

요즘 따라 학사모를 쓰고 촬영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진 걸 보면 ‘어느덧 졸업의 계절이 다가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졸업 시즌이 되면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백설 공주처럼 하얀 얼굴의 예지, 감수성이 풍부한 서현이, 토끼반의 유일한 남자 친구 동호, 깜찍하고 예쁜 희영이, 긴 머리의 라푼젤 수경이. 


2018년, 토끼반의 다섯 아이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누구에게나 졸업앨범은 특별하겠지만 특히 시현 기록가에게 졸업앨범은 단순한 기록물,  그 이상이다. 한 학년에 40명, 전교생 총 120명. 졸업앨범을 만들기에는 너무 적은 인원수의 모교를 위해 시현 기록가는 팔을 걷고 직접 졸업앨범을 만든 경험이 있다. 

 

“한 장은 학교를 배경으로 친구들이 평소에 자주 가던 공간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한 장은 친구들이 직접 자신이 꾸며 만든 페이지로, 완벽하고 깔끔한 앨범은 아니지만 동기들의 손때 묻은 아기자기한 졸업앨범을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이 한 편의 추억이라도 더 가져갈 수 있게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정성 들여 채워 만든 졸업앨범의 가치를 그 어떤 졸업앨범에 비할 수 있을까. 

 

그때의 기억을 살려 손때 묻은 졸업앨범의 가치를 다른 누군가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8년, 시현 기록가는 규모가 작은 학교들을 위해 졸업앨범을 제작해주는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여 개가 넘는 많은 학교가 지원했고, 오랜 고민 끝에 장호원 초등학교의 병설 유치원이 선정됐다.  



장호원 초등학교가 있는 곳은 경기도 이천시, 그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위치한 ‘장호원 읍’이라는 곳이다. 시골의 작은 학교라 주위에는 변변찮은 사진관도 없을뿐더러 인원수가 너무 적은 탓에 다른 지역에서 촬영을 오기도 꺼리는 곳이다. 그 어떤 누구보다 졸업앨범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었다.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장호원, 때마침 점심을 먹고 돌아온 아이들과 첫인사를 나누었다. 토끼반. 장호원 유치원의 하나뿐인 반 이름이다. 이름처럼 토끼 같은 얼굴의 다섯 아이들은 곧 다가올 이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앞니가 빠져 허전한 미소를 지은 채 선생님을 졸졸 따라다녔다. 

 

선생님들과 함께하는 단체 촬영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졸업앨범 촬영이 진행됐다.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선 피사체와 먼저 친해지는 것은 필수다. 이미 첫인사를 나눴지만 아이들은 아직 낯선 사람이 어색한 듯 카메라를 향해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행히 아이들과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다영 선생님의 도움 덕분에 아이들은 긴장이 풀린 듯 좀 더 밝게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졸업앨범 프로젝트에 사연을 보낸 이다영 선생님은 바로 이 유치원을 졸업한 졸업생이다. 

 

“제 후배가 되는 예쁜 친구들에게 졸업앨범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는 틈마다 아이들의 머리와 옷매무새를 만져주는 선생님의 손에선 아이들을 향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아이들이 장호원 유치원에서 보내는 마지막 모습이 담길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촬영이 진행될수록 아이들은 어느새 카메라와 익숙해진 듯 자연스러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제일 눈길을 끄는 건 장호원 유치원의 유일한 남자 아이, 동호다. 칭찬을 받은 동호는 씩씩하게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와 금세 친해졌다. 

 

동호 외에도 웃는 모습이 귀여운 서현이와 눈빛이 예쁜 희영이, 이다영 선생님과 같은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수경이와 오늘을 위해 아끼는 핑크색 치마를 입고 온 예지의 촬영도 마무리됐다. 


 

"돌아오는 길에도 저희끼리 다음에도 꼭 더 좋은 기회로 찾아뵀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어요. 제가 꼭 하고 싶던 재능기부 봉사활동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 시현 기록가


“애기들도 만나고, 보람찬 일을 한 것 같아서 되게 뿌듯했습니다.” – 혜빈 기록가


점심부터 시작된 촬영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이제는 디자이너들이 나설 차례다. 앞으로 자석 블록 대신 연필을 쥐고, 빳빳한 동화책 대신 교과서를 펼쳐 볼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앨범을 준비했다.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들과 손 글씨를 졸업앨범에 담아 언제든지 그때의 추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봤을 때 즐거워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완성된 졸업앨범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찾아간 유치원에서 만난 이다영 선생님은 아이들이 직접 쓴 편지와 그림을 선물했다. 졸업앨범 촬영을 도와준 기록가와 디자이너를 그린 그림 옆에는 각자의 이름도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졸업앨범을 만들어 준 시현하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아이들만의 귀여운 방식이다. 인생 첫 졸업앨범을 받아 본 아이들은 옹기종기 둘러앉아 사진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마음에 들었는지 앨범을 본 아이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즐거움이 가득하다. 



2018년 12월 27일, 장호원 유치원 졸업식 날. 그리고 토끼반의 마지막 날. 아이들의 작은 졸업식이 시작됐다. 작은 단풍 손으론 들기도 힘든 두툼한 졸업앨범과 선물을 받아 든 아이들은 내일이면 더 이상 토끼반 친구들을 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을까. 


졸업식에 함께한 부모님들은 완성된 앨범과 함께 들어있는 엽서들을 한 장씩 넘겨보며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이들의 인위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고, 장호원까지 오셔서 애들도 편하게 찍어준 시현하다 사진작가님들에게도 감사하고 너무 좋아요 감사해요.”


“우리 애들이 커서 나중에 보면 정말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애써주신 것 만큼 소중하게 간직해서 어떤 졸업앨범보다도 더 아낄 수 있게끔 애정을 더 쏟아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오늘의 이별도, 장호원 유치원에서 함께한 추억도 전부 잊히겠지만 아이들의 시간은 사진 속에 여전히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세월이 흘러 다시 앨범을 펼쳐볼 때 아이들의 시간도, 다시 흐를 것이다. 





생각보다 남이 나의 삶을 대신 기록해주는 순간은 흔하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남의 삶은커녕 나의 삶을 기록하기도 벅차 점점 기록이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누군가의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기록해준다는 것,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삶을 기록해 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졸업은 다른 누군가가 나의 삶을 기록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귀중한 순간이다. 졸업 같은 인생의 의미 있는 순간들을 잊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싶다면 시현하다에서 기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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