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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훌라 댄서 하야티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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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훌라 댄서 하야티

By 인혁 에디터


스스로를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은 많지만, 누군가를 움직이게 만드는 사람은 드물다. 훌라 댄서 하야티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다. 


고요함 속에서 홀로 춤을 췄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이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하야티만의 박자에 맞춰 춤을 춘다. 느긋하지만 결코 느리지 않게, 유연하지만 단단하게. 세상의 모든 걱정과 근심을 등진 채 기쁨을 온몸으로 만끽하면서. 





안녕하세요, 하야티 님!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사람, 하야티입니다. 모든 종류의 춤을 좋아하지만 훌라를 출 때 가장 기뻐요.


수영과 햇빛, 그리고 재밌는 일 꾸미기를 좋아해요. 지금은 서울에서 하와이안 훌라 수업 '훌라당'을 운영 중입니다. 제주, 강릉, 속초, 여수, 광양, 부산, 대구, 전주 등 다양한 곳을 여행하며 훌라 캠프와 워크숍을 열기도 해요. 훌라뿐 아니라 춤과 관련된 일에는 심장이 뜁니다. 최근에는 세상의 다양한 춤들을 함께 춰보며 춤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세모춤’ (세상의 모든 춤)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춤 이야기로 가득한, 정말 댄서 다운 자기소개네요. ‘하야티’라는 댄서 네임은 어떻게 지었나요? 


하야티는 제가 읽던 소설책에서 발견한 단어예요. ‘밝고 생명력 넘친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하와이어인줄 아시지만 사실 터키어입니다. 훌라를 추기 전부터 사용하던 이름인데, 이보다 더 저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 없어서 계속 쓰고 있어요. 지금은 제가 ‘하야티’ 그 자체처럼 느껴져요. 본명이 어색할 정도로 저를 아는 모두가 ‘야티’라고 부르거든요. 친언니와 동생까지도요. 



아마 많은 분들이 ‘훌라’라는 춤은 익숙하겠지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춤인지, 어떻게 탄생한 춤인지 자세한 배경은 잘 모를 것 같아요. ‘훌라’는 어떤 춤인가요? 


훌라는 손동작으로 노랫말을 표현하는 하와이의 전통 무용이에요. 훌라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모두 의미가 담겨있는데요. 문자가 없던 고대 하와이에서 역사를 기록하고, 기념하고, 자연과 신을 찬양하고 이를 전달하기 위해 췄던 춤이라고 해요. 


지금의 훌라는 고대 훌라와 조금 성격은 다르지만 하와이의 아름다운 자연과 교감하고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춤마다 저마다의 목적이 다르다고 느끼는데, 어떤 춤은 신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주목한다면, 훌라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에 주목해요. 그 점이 정말 재밌어요. 내가 지금까지 보고, 느끼고, 사랑하고, 기억하는 자연의 순간과 감각을 글이나 노래나 그림이 아닌 ‘춤’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요. 



생각보다 그 의미가 훨씬 깊은 춤이네요. 훌라를 추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 춤추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어요. 세상의 모든 춤을 몸에 전부 수집하고 싶다는 소원이 있었죠. 그래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춤들을 배우러 다녔어요. 그러면서 춤마다 춤을 추는 이유, 힘의 방향, 무용수의 몸, 리듬,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춤을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삶의 기술을 하나씩 연마하는 기분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훌라를 알게 되었어요. 이후 고민 없이 훌라의 세계에 바로 몸을 던졌죠. 훌라의 본고장인 하와이에서 훌라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하와이에 계신 선생님께 무작정 메일을 보냈어요. 저는 누구인데, 이러이러한 춤을 춰왔고, 당신과 함께 훌라를 추고 싶다고. 


시간이 흘러 선생님에게서 ‘하와이에서 저랑 춤추기를 기대하겠다’는 답장을 받았어요. 오랫동안 일정한 수입 없이 살아왔었는데, 무슨 돈과 깡인지 몰라도 하와이행 항공권을 끊었어요. 그 길로 하와이에 있는 선생님 집에 머물면서 조금씩 훌라를 배웠어요.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스승님을 만나 꾸준히 훌라를 배우고 연습하고 있고요. 그전에 춰본 춤들도 다 너무 재밌었지만 훌라는 제 몸과 영혼에 가장 편안한 춤이었고, 이 춤을 굉장히 오랫동안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와이로 무작정 떠나게 만들 정도로 강렬한, 훌라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제가 훌라를 추는 이유는 훌라를 추는 것이 너무 기쁘기 때문이에요. 물론 모든 춤들이 각자의 기쁨이 있지만 훌라를 출 때는 정말 순도 100%의 기쁨이 느껴져요. 다른 불순물이 끼어들 틈 없이 자동으로 한가득 미소를 짓게 돼요. 훌라로 표현하고자 하는, 내가 사랑하는 풍경들과 존재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거든요. 저에게는 훌라가 실패 없이 가장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에요.


제 훌라 수업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도 훌라를 추면서 기쁨의 에너지를 많이 받고, 훌라를 출 때뿐만 아니라 일상이나 주변의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씀하세요. 평소에 자주 쓰지 않는 몸 근육, 얼굴 근육, 그리고 마음의 근육을 쓰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우울한 기분은 몸을 일으켜 움직이고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한결 나아지지만, 거기에 한껏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하와이 음악과, 아름다운 꽃핀과 꽃치마, 내가 표현하려는 자연과 이야기들이 더해지면 훌라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생생한 기쁨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훌라를 추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문제와 공존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힘과 활력을 준다고 믿어요. 



‘훌라’하면 저는 ‘여유로움’과 ‘평화로운’이라는 형용사들이 떠오르는데요. 하야티 님의 인스타그램에서도 항상 밝은, 웃고 계신 사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는 하야티 님만의 비법이 있나요?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 아닐까요. 저는 자주 후회하고, 자책하고,  속 좁고, 욕하고, 한심해집니다. 


온 에너지를 수업에 전부 쏟아내고 훌라 치마가 열다섯 개 든 가방을 메고 계단을 올라 집에 도착하면 이렇게 중얼거려요.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들기만 한지, 누가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한 건지.. 태어났을 때부터 삶이 내게 준 건 끝없이 이겨내야 했던 고난들뿐인걸……..’ 



아시다시피 노래 ‘촛불 하나’의 가사이지요. 사실 산다는 건 힘들기만 하지 않고, 삶이 제게 준 것은 끝없는 축제라고 생각해요. 그냥 그렇게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면서 내 삶이 한 편의 이야기나 노래라고 생각하면 현재 내가 마주한 상황을 조금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기승전결과 희로애락, 다사다난과 파란만장이 있는 이야기 말이에요. 기쁜 일만 등장하는 이야기는 일단 저부터 읽기 싫어요. 기뻐할 힘도 슬픔에서 나오고, 슬퍼할 힘도 기쁨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물리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 찾아올 때면 이렇게 생각해요. 내가 이런저런 감정들도 다 겪어봐야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고 또 그걸 춤으로, 글로 표현할 수 있다고요. 지금의 시간이 있기에 언젠가 더 좋은 춤을 추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될 거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없이 우울해지는 날도 있지요. 그런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도록 제가 좋아하는 일들과 사람들을 곁에 두고, 다음이 기다려지는 것들을 하나씩 만들어 놓으며 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훌라’하면 여성적인 춤이라는 인식이 강한데요, 남성분들에게 훌라를 가르쳐 드렸던 적도 있나요? 


훌라당에도 남성 동지들이 있습니다. 혼자 오시기도 하고 애인, 친구, 가족과 같이 오시기도 해요. 훌라를 배우고 싶어서 여자친구를 꼬셔서 오셨다는 분, 수업에서 유일한 남성이자 10대임에도 씩씩하게 결석도 하지 않고 나오던 분, 나이가 지긋하고 수염이 수북하신데 꽃핀을 머리에서 빼지 않던 분, 모두 훌라를 출 땐 똑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지더라고요. 


다들 정말 진지하게 마음과 몸을 다해 훌라를 추고 함께하는 시간을 좋아해 주셨어요. 훌라당은 마음이 열린 남성 동지들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사실 하와이에서는 남자 댄서들의 훌라 공연이 인기가 많아요. 또 다른 에너지가 느껴지거든요. 


그동안 훌라당을 통해 정말 다양한 분들을 만나 보셨을 것 같은데요.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분이 있나요? 


훌라당은 언제나 수업 전과 후에 자기소개와 소감, 근황을 나눕니다. 훌라당의 첫 수업을 시작할 때, 아이와 함께 온 어머니가 있었어요. 훌라를 배우고 싶은데 두 살배기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해서 아이를 데리고 가도 되냐고 연락 주셨던 분이었어요. 그분이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거울을 볼 시간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았는데 엄청 오랜만에 커다란 거울 속에서 꽃을 두른 채 춤을 추는 자신을 보니 너무 행복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시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던 모두가 같이 눈물 훔쳤던 게 기억나요. 훌라당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과 변화를 주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은 항상 기쁜 일이에요. 



단순히 취미의 영역을 넘어, 누군가에게 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언제부터였나요? 


춤은 혼자 추는 것보다 같이 추는 게 더 재밌어요. 다들 춤의 즐거움을 알고, 함께 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만 보더라도 댄스 동아리에서 유독 활발하게 활동하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저도 물론 그중 하나였고요. 댄스 동아리에 절대 들어오지 않을 친구들, 평소에 춤을 즐겨 추지 않던 친구들을 모아서 같이 춤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리는 일을 매년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정말 재밌었고 지금 하는 일과도 비슷한 것 같네요. 또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에 방과 후 학교 선생님으로 가서 초등학생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도 했어요.


스무 살이 되고 나서도 청소년들을 춤추게 만드는 일을 꾸준히 해왔어요. 그걸로 돈을 받는다거나, 직업이 생긴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춤이 필요한 순간에 마침 제가 춤을 들고 나타나서 한바탕 춤바람을 일으키고 논거죠. 그런 경험들이 제가 훌라당 수업을 여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춤을 평생 출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춤이 업이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춤이 아니라면 대체 무슨 일을 했을까 싶기도 하네요. 


이건 여담인데요. 저는 시현하다의 김시현 작가님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어요. 저랑 학교를 같이 다니지는 않았지만, 시현 작가 님이 맡았던 춤 동아리의 장을 제가 맡게 되었어요. 하루는 여느 때처럼 연습실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졸업생이던 시현 작가 님이 연습실에 구경을 오셨더라고요. 저를 보고는 “네가 지금 언니네(춤동아리) 장이야? 언니네를 잘 부탁해!”라고 말하고 가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도 정말 멋있는 언니라고 생각하고, 시현하다의 시작부터 쭉 지켜봤었는데 이렇게 시현하다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네요. 



인연이라는 게 정말 있나봐요. 그렇다면 하야티 님이 기억하시는 춤과의 첫 인연은 언제였나요?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 아주 어릴 때부터 우리 모두 춤을 추지 않았을까요?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춘 첫 기억은 다섯 살 때인가.. 유치원에서 썰매장을 갔는데, 무슨 행사를 했었어요. 사회자가 사람들을 무대로 올려서 춤을 시켰는데, 그때 무대 위에서 신나게 개다리 춤을 췄던 기억이 나요. 형광 주황색 멜빵바지를 입고 잔망진 표정으로. 아쉽게도 그때의 마음은 기억나지 않네요.


그럼 지금까지 췄던 춤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춤은 뭐예요?


한 번은 청소년들과 함께 몽골을 여행한 적이 있어요. 어느 날 밤, 저희가 지내는 캠프 옆 동네에서 잔치가 있는지 시끌벅적하더라고요. 그 노래소리를 듣다보니 갑자기 ‘춤을 출까? 춤을 추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미하게 들려오는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조금 깎인 보름달을 조명 삼아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춤은 불길처럼 점점 번져서 급기야 자려고 누워있던 모든 아이들이 튀어나와 둥글게 모여 춤을 췄어요. 스무 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성별을 불문하고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막춤을 추는 걸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아주 작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안 들릴까 봐, 그리고 회의 중인 인솔 선생님들에게 들릴세라 숨을 죽여가며 격렬하게 춤을 췄어요. 


그보다 더 고요하면서도 요란스러운 춤판은 없을 거예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춤을 췄어요. 잘 춰야 한다는 부담감도, 잘 추고 싶다는 욕심도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상상했던, 온전히 자유로운 춤판이었어요. 그 밤이 함께했던 친구들과 저에게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것 같네요. 하야티 님이 앞으로 꼭 서보고 싶은, 꿈꾸는 이상적인 무대가 있다면요.

 

훌라로, 춤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목소리가 필요한 이들 곁에서 춤의 힘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곳이 춤이 필요한 곳이고, 그것이 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느껴요. 지금까지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 행사와 트렌스젠더 추모의 날 행사, 을지로 골목에서 쫓겨난 을지 OB베어와 연대하는 행사, 쿠팡의 부당 해고에 반대하는 행사에서 훌라를 췄고, 올해 역시 훌라당과 함께 더 활발한 연대공연 활동을 하고 싶어요.



문득 하야티 님이 춤을 추시는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해 지네요. 


아직 꺼내지 않았을 뿐 우리 모두의 안에는 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춤이 ‘춰도 되는 것’, ‘출 수 있는 것’ 혹은 ‘추면 좋은 것’이 아니라 춰야만 하는 것이라고 느껴요. 사람다운 삶을 살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처럼 말이에요. 몸을 흔들고, 팔을 뻗고, 리듬을 타고, 춤추지 않으면 저는 시들어요. 한 번은 너무 바쁜 일에 쫓겨 한동안 춤을 못 춘 적이 있는데 정말 우울했었어요. ‘내가 마지막으로 땀 흘려 춤을 춘 게 언제였지?’, ‘춤출 시간도 없이 바쁘다면 내가 왜 일을 해야 하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일은 그만두었고 이렇게 열심히 춤을 추고 있네요.


하야티 님의 춤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마음이 들었으면 해요? 


‘같이 춤추고 싶다!’ 


제 춤이 아름다워 보이거나 멋져 보이지 않아도 돼요. 그냥 ‘나도 춤추고 싶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꼭 이 사람이 아니라도, 이 춤이 아니더라도 한 번 춤을 춰보고 싶다.’ 이렇게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춤을 출 때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어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요. 춤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그런 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잡념과 망상이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편인데요. 한 번은 요가를 하는데, 선생님이 명상을 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지금 들려오는 소리,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집중을 해보자고요. 근데 끝없는 잡념에 빠진 나머지, 제가 요가 수업에 있다는 것도 까먹어 버리더라고요. 춤을 출 때만큼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어요. 무아지경, 자아도취, 물아일체라는 말처럼. 제게는 춤이 명상인 것 같아요.



훌라 외에도 글을 쓰는 취미도 있다고 들었어요. 글을 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의 저는 하루하루가 너무 흥미진진하고 잊어버리기엔 아까운 날들이라 느꼈어요. 그래서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어요. 그게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서요. 지금은 일기를 쓰지 않지만, 내 삶이 여전히 너무나 재밌는 이야깃거리와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느껴요. 항상 행복한 일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씁쓸하고 짠하고 냄새나는 일들도 글로 쓰면 좋은 이야기가 되더라고요. 이것들을 감정의 당사자인 내가 쓰지 않으면, 결국 아무도 모르겠구나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어요.



모든 선택에는 위기가 따르잖아요. 춤이라는 길을 결정하고 나서 시련을 만났을 때, 나를 붙잡아줬던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요? 


시련이 없었습니다. 정말로요. 저는 춤에 바라는 것이 없었어요. 이걸로 돈이든 뭐든 얻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춤은 항상 저를 기쁘게 했고, 종일 춤만 추다 보니 다른 것들도 자연스레 따라오더라고요. 슬럼프도 딱히 없었어요. 시간이 쌓이면 지금보다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의 내가, 앞으로 내가 출 춤들이 너무 기대됐거든요. 그 믿음이 저를 안 흔들리게 해 주는 것 같아요.



지금의 하야티 님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을까요.


제 주변에는 늘 재밌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대학을 다니거나 다니지 않거나, 직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돈을 벌거나 벌지 않기도 하고, 서울에 살기도 하고 지역에 살기도 하고, 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사는 친구들과 함께 놀았어요. 그 친구들을 보면서 ‘아, 내가 아무리 땅바닥에 굴러먹어도 얼마든지 재밌게 살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친구들은 내가 뭘 해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고, 같이 놀아줄 거라 생각하니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어요. 각자의 방향으로 사는 모든 친구들의 존재가 제게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훌륭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다양한 춤을 배우며 만났던 선생님들도 있지만 특히 글쓰기 선생님을 믿고 따랐어요. 처음 하와이에 같이 가자고 한 것도 그 선생님이었거든요. 어리고 경험이 없는 제게 다양한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셨고, 삶의 태도나 지혜도 많이 배웠어요. 선생님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과 세계도 지금의 저를 상당 부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모님과 떨어져 보내는 청년 시절에 제 삶에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도움을 주고 응원해 주는 어른이 있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반대로 하야티 님은 앞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가요?


마침 오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죽으면 친구들은 나를 뭐라고 이야기할까. “하야티, 그 친구 정말 기깔나게 잘 놀았지!” 재밌게 놀 줄 알고, 자기 일을 즐길 줄 알고, 어떤 순간에도 춤출 줄 알던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춤추며 노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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