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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 기록가 개인전: Preserved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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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하다 위클리 매거진

요아 기록가 개인전: Preserved

By 인혁 에디터


여기 시들지 않는 꽃이 있다. 보통의 꽃이라면 제아무리 아름다워도 결국 언젠가는 잎이 지고, 시들어버리겠지만 이 꽃은 다르다. 요아 기록가의 꽃들은 자신이 가장 아름다웠던 그 순간에 영원히 머물러 있다. 


요아 기록가의 첫 개인전, <Preserved Flower>에서 신요아의 시선으로 담아낸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을 만나고 왔다. 





필름 카메라와 꽃

요아 기록가의 첫 개인 전시 <Preserved Flower>는 작은 취향에서 시작됐다. 


“꽃을 좋아하는 저는 길거리에서 꽃집을 보면 쉽게 지나치지 못하고 꼭 손에 한두 송이씩 데려오곤 해요. 특히 코로나로 여기저기 다닐 수 없는 요즘은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화병에 두었던 꽃들이 단조롭던 공간에 생기를 주는 모습이 위로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손이 닿은 꽃은 아무리 물을 갈아주고, 정성을 다해도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금세 시들어버린다. 이런 꽃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두 가지다. 인공적으로 꽃을 만들어내거나, 기술의 힘을 빌리거나. 전자의 경우에는 조화가, 후자의 경우에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라고 불리는 보존화나 드라이플라워가 해당된다. 


요아 기록가는 이 두 가지 방법을 제치고 자신만의 보존법을 찾아냈다. 해답은 평소 자주 쓰던 필름 카메라. 앞서 언급한 두 방법보다 훨씬 대중적이고, 무엇보다 간단하다는 게 장점이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만드는 데 쓰이는 특수 용액 같은 복잡한 기술이나, 조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현란한 손재주가 없어도 문제없다. 



셔터를 달칵하고 누르는 순간, 꽃은 아름다웠던 그 모습 그대로 사진에 박제된다. 꽃을 말리거나 특수 용액을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꽃의 살아있는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 요아 기록가는 필름 카메라를 들었다. 


그렇게 요아 기록가의 손으로 다시 태어난 꽃들은 시현하다의 디자인 스토어 ‘서랍’과의 협업으로 가장 일상적인 물건인 달력으로 소개되었었다. 


📅 서랍에서 요아 기록가 달력 만나보기




일상의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요아 기록가의 꽃들은 이제 더 큰 공간으로 자리를 분갈이를 했다. 요아 기록가의 사진을 눈여겨본 잠실 에비뉴엘에 위치한 스튜디오, ‘291 포토그랩스’의 제안 덕분이었다. 


291 포토그랩스는 신진 작가부터 유명 작가까지, 500개가 넘는 다양한 사진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사진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요아 기록가의 사진을 전시하고 싶다는 제안에 모두가 발을 벗고 나섰다.  



개화

먼저 제일 크게 달라진 건 두 가지, 장소와 사이즈다. 방 한편에서 123층짜리 고층 빌딩의 한 층으로, A3의 달력에서 네 배나 커진 A1 사이즈의 사진으로. 


좋은 건 크게 보고 싶은 건 사람의 보편적인 심리다.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작아지다 못해 손바닥만 한 크기의 모바일 화면이 눈에 익숙해도 여전히 영화관의 거대한 스크린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20X1080 픽셀의 모바일 화면으로 보는 아이언맨과 약 30m 크기의 용산 아이맥스 스크린으로 보는 아이언맨이 주는 존재감은 확연히 다르다. 크기가 주는 압도감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성인 키만 한 크기의 리시안셔스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요아 기록가가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촬영했던 피사체라 커졌을 때 조금 더 낯설게 볼 수 있으며, 압도되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가장 크게 출력한 사진이다. 실제로 보니 그 의도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이 외에도 전시에 참여한 작품들은 모두 8점. 이 공간에 빼곡하게 피어 있는 꽃들에는 모두 요아 기록가의 취향이 숨어있다. 화병에 담긴 거베라, 꽃도라지로 부르기도 하는 리시안셔스, 국화, 유칼립투스, 칼라, 아미초. 개인적인 공간에서 숨 쉬던 꽃들은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처음 제 작은방 안에서 위로받았던 그 순간이 이번 전시에서 더 많은 분께 닿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필두로 '요즘의 카메라'가 어떻게 하면 최대한 부드러운, 고화질의 이미지를 담아낼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다면 필름 카메라는 오히려 그 흐름을 역행한다. 필름 카메라 특유의 거친 질감은 피사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전시에 쓰인 필름 카메라는 니콘의 명기로 유명한 니콘 FM2 모델이다. 필름은 진한 색 표현력이 강점인 코닥의 울트라 맥스 400. 오랜 시간 동안 요아 기록가의 시선을 맡아온 동지들이다. 


필름 카메라로 담아낸 사진은 비록 정지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꽃이 주는 생명력은 프레임을 뚫고 살아 움직인다. 화학 약품이나 사람의 손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꽃들이 주는 에너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에너지다. 사각형의 작은 공간에서, 요아 기록가의 손에서 다시 피어난 꽃들이 프레임 속에서 향기 대신 각자의 에너지를 강렬하게 내뿜고 있었다. 



하나의 전시를 열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사진을 편집하고, 가상 인테리어 프로그램으로 완성된 전시 공간의 모습을 예상해 보고, 프린트 감리를 보며 액자를 살펴보고. 이 모든 과정들이 처음이었던 요아 기록가의 옆에는 다행히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함께해 주신 시현 감독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바쁜 시간을 쪼개어 인테리어 프로그램 작업을 도와주시고, 감리에도 함께해 주셔서 처음이라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꼼꼼히 점검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처음 달력을 출시했을 때부터 전시 포스터까지 홍보 과정에 함께해 주신 ‘시현하다 서랍’ 팀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뭐든지 글로 쓰면 쉬워 보인다. 읽는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일들을 모두 해내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렸고, 훨씬 더 많은 대화가 오고 갔다. 시간이 지나 드디어 전시가 열리는 디데이. 이 모든 수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됐다. 






모든 발명은 인간의 욕심에서 시작됐다. 더 멀리 가고 싶은 인간은 자동차와 비행기를 비롯한 각종 탈것을 만들어냈고, 더 오랫동안 순간을 간직하고 싶었던 인간은 카메라를 만들었다. 카메라를 만드는 이유도,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만드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비슷하다. 순간의 아름다움을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해. 인간의 욕심은 대부분 새드엔딩으로 끝나지만, 이런 욕심이 가져다준 변화는 꽤나 긍정적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늘날에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옛말이 되어버린 오래된 속담들이 몇 개 있다. 꽃도 한철이라는 속담도 이제, 각종 기술로 어떻게든 꽃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요즘에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 되어버렸다. 추운 겨울에도 지지 않는 꽃들을 만나볼 수 있는 요아 기록가의 전시, <Preserved>는 오는 31일까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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