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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매거진

열여덟이지만 어른입니다 ☘️ 시현하다 레코더즈 (ip:) DATE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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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이지만, 어른입니다 ☘️

By 인혁 에디터


세상에는 많은 어른들이 있습니다. 어른이 되는 순간은 저마다 다르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언젠가 어른이 되기 마련이죠.


그런데 세상에는 남들보다 조금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누군가도 있습니다. 조금 더 일찍 어른의 세계에 발을 디딘 청년들, 그런 청년들을 우리는 열여덟 어른이라고 부릅니다. 


시현하다의 재능 기부 프로젝트를 통해 담아낸, 열여덟 어른들의 이야기를 지금 소개합니다. 





지난겨울, 시현하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개했던 ‘온기 더하기 이벤트’를 다들 기억하시나요? 작년 연말 동안 시현하다에서 판매된 굿즈 수량에 따라,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촬영권을 선물해 드리는 이벤트였는데요. 아마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자립준비청년’은 만 18세가 되어 그동안 살던 보육원을 떠나 자립해야 하는 청년들을 부르는 말이에요. 


* 2022년 6월부터 「아동복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경우 '만24세'까지 보호연장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저희가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취업을 위한 이력서 증명사진 또는 프로필 사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촬영권을 선물해 드리기로 했는데요. 그 결과,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신 덕분에 총 40여 명의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기록의 순간을 선물할 수 있었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보육원을 떠나 자립을 앞두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열여덟 어른>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아름다운재단의 캠페이너 분들과도 함께했는데요. 이번 시즌3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계신 영아, 강빈, 자영, 신선, 진명, 그리고 진이 님까지. 여섯 명의 캠페이너분들이 촬영을 위해 모두 본점에 모여주셨어요. 캠페이너 분들의 기록을 담아 주실 수연, 요아 기록가도 함께해 주셨어요. 



🤔 열여덟 어른 캠페인이란? 


‘열여덟 어른’은 만 18세가 되면 누구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각자의 꿈과 메시지를 들려드리는 아름다운재단의 캠페인입니다. 매년 세상에 나오는 2,500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이 동정과 편견의 대상이 아닌 꿈을 꾸는 보통의 청춘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모이고 있어요.


‘나다움’을 주제로 진행한 오늘의 촬영은 모먼트 촬영뿐만 아니라 캠페이너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시간도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오늘 촬영을 통해 만나본 신선, 영아, 진명 캠페이너 님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이자 자립준비청년인 신선입니다. 


흔하지는 않은 이름인 것 같은데, 이름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 이름이 신선인데, 한자로 ‘착할 선’이라고 흔히들 생각해 주시는데 ‘신선 선’이거든요. 그러다 보니 어렸을 때부터 이름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죠. ‘신선한 채소’ 이런 식으로. 사실 스트레스도 엄청 받아서 많이 울고, 도망 다니고 했는데 나이 들어서 학교를 찾아가도 다른 애들은 기억을 못 하는데 저만큼은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저의 이름을 기억해 주시고, 저의 특징을 기억해 준다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사실 누가 지어주신 이름인지는 몰라요. 부모님이 지어주셨다고 들었지만, 저희 부모님이 제가 한 살 때 이혼을 하셨거든요. 아버지랑 9살 때까지는 같이 살았지만 이름의 뜻을 물어본 적도 없어서, 친척한테 들은 이야기로 ‘부모님이 지어주셨겠지’ 정도로만 알고 있어요. 



오늘 촬영하신 배경은 무슨 색이었나요?


핑크색이요. 인디 핑크를 골랐는데 제가 좀 차분한 성격이기도 하다 보니까 좀 채도가 낮은 분홍색을 골랐어요. 핑크색으로 사진을 찍는 건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기록가 님과 소통하면서 채도도 낮춰보고 하니까 오히려 제 피부 톤과도 너무 잘 맞더라고요. 


9살부터 보육원에서 살다가, 2016년에 보육원을 퇴소했다고 들었어요. 보육원을 떠나서 처음으로 자립하시게 된 날이 기억나시나요?


신났어요. 아마 다른 캠페이너들도 다들 똑같은 대답을 할 것 같은데, 제가 15년 동안 보육원에서 생활했거든요. 왜 신이 났냐면 보육원에 산다고 이야기를 못하니까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어요. 이름을 누가 지어줬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대답도 제대로 못했고, 보육원에 들어가는 게 걸릴까 봐 길을 돌아가기도 했고. 


또 보육원은 단체 생활이다 보니 한 방에 여러 명이 같이 쓰고, 밥도 40명이 넘는 인원이 같이 먹어야 해서 너무 싫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 공간이 생긴다는 것에 신이 나서 빨리 나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자립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 셨나요?


처음으로 집들이를 했을 때요. 어릴 때도 친구 집에 많이 놀러 가잖아요. 놀러 갔는데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우리 집 왔으니까, 다음에는 너네 집 가자.’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저는 보육원에 산다는 것도 숨겨왔고, 누군가가 놀러 온다는 게 너무 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친구 집에 가지를 않았어요. 절대 친구 집에 가지고 않고, 제가 사는 공간을 보여줄 생각도 하지 못했죠. 


그런데 처음으로 제 공간이 생겨서 친한 친구들을 먼저 불러서 음식도 대접하고, 제 공간을 보여주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그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집들이를 다섯 번 정도 했어요. (웃음) 



<열여덟 어른>의 캠페이너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저도 자립하고 나서 처음에는 신났는데, 조금씩 어려운 게 많아지더라고요. 당장 생활비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돈이 부족하다 보니 다음은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이런 고민들도 많았고. 공과금 고지서가 날아왔을 때도 어떻게 내야 하는지 모르겠고.


시설에서 살 때는 당연했던 것들이 혼자 살면서는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런 순간마다 ‘누군가 이런 것들을 좀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 앞에 먼저 간 선배가 있다면, 그래도 그 모습을 보고 힘들 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으니까, 없으면 나라도 해야 된다는 생각으로 한 것 같아요.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그 순간은 좀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통해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계시나요?


사실 많이 얘기하는 거지만, 캠페인을 하는 이유는 결국 인식 개선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보육원에서 생활했던 친구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더 커요. 모르기 때문에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친구들에 대한 편견이 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도 저희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대중들도 미디어로만 접하다 보니까 ‘보육원에 사는 애들은 불쌍한 애들, 아니면 도움이 필요한 애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그게 아니라 저희도 그냥 똑같은 청년이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싶은 것 같아요. 그 안에서 우리가 미숙한 것들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고. 저희들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고, 우리들의 모습도 보통의 청춘과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세상에 먼저 발을 내디딘 인생 선배로서, 자립을 앞두고 있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자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혼자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 단어 자체를 친구들이 편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지금 계속 자립하는 중이거든요. 처음 나와서 자립을 하기까지 너무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근데 그 우여곡절이 많은 것도 결국 자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스가 터져서 불이 날 뻔한 적도 있고, 돈이 부족했던 적도 있고. 그래도 중요한 건 ‘내가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연락할 부모님도 없고 그러니까 ‘정말 나 혼자구나’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혼자라고 생각하면 정말 혼자가 되고, 고립되는데 사실 내가 아플 때 아프다고 이야기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필요하다고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자립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어렵고, 또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하는 거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으신가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금 하는 일도 너무 좋거든요. 친구나 후배들을 만나서 도와주고 하는 일이 좋다 보니까,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해내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름다운재단 내에서 <신선 프로젝트>라는 활동을 통해 총 12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을 인터뷰하셨다고 들었어요. 다양한 환경에서 자라온 청년들을 만나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사실 인터뷰를 해 준 친구들은 그렇게 인터뷰를 해줄 만큼 에너지가 있는, 정말 잘 자립한 친구들이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뭐가 달랐을까 생각해 보니까, 다들 공통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어른 한 명은 있던 것 같더라고요. 


세상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 한 명 정도만 있어도, 다들 좀 더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아요. 돈을 주거나, 크게 도움을 주지 않아도 같이 밥을 먹거나 인생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되게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기 위해 아동 자립 전문가의 길을 꿈꾸고 있다고요.


그 당시에는 제가 보육원에서 살았다는 게 감춰야 하는 비밀 같았어요. 저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똑같이 이 비밀들을 감추는 데 급급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자신을 제대로 못 살피는 것 같아서, 저와 같은 친구들을 위해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선 님은 앞으로 어떤 아동 자립 전문가가 되어 있을까요?


전문가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결국 친근하고 세심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보육원에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밥을 먹어도 내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주는 대로 먹어야 하고.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게 부족해요. 


그래서 요새 만나는 친구들에게는 좀 더 세세하게 본인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려고 해요. 꿈이 있다면 그거에 맞춰서 지원 제도를 연결해 주거나,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본인들이 좀 더 필요한 것들을 맞춰서 도와줬던 것 같아요.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으면 부모님처럼 대학 탐방을 가준다거나, 집을 구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있으면 주택 청약을 신청하거나. 그렇게 본인의 꿈을 키울 수 있게 확장시켜주고, 세심하게 개개인에 맞는 연결을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자립 3년 차 강영아라고 합니다. 


이름에 담긴 뜻이 있나요? 


거느릴 영, 나아갈 아. 솔직히 거느린다는 뜻이 저는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 그래도 영아라는 이름에 ‘ㅇ’이 많이 들어가 있다 보니 동글동글해 보여서 그건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오늘 촬영한 배경색이 초록인데, 초록색을 고르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평소에도 초록색을 되게 좋아해서, 지갑이나 모자를 살 때도 초록색을 많이 사는 편이고 편안한 색으로 다가와서 많이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 자립 3년 차라고 소개해 주셨는데, 보육원을 떠나 자립하게 된 첫날이 기억나시나요?


짐이 생각보다는 많이 없었는데, 박스 몇 개를 가지고 텅 빈 집에 처음 도착했을 때 두 가지 감정이 공존했던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살면서 처음 느껴본 엄청 큰 자유로움. 한편으로는 집에 아무것도 없고 혼자 남겨진 게 처음이라 고요한 느낌. 


자립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좋았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 것 같은데, 친구들을 초대한 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시설에서 지낼 때는 친구들도 초대하지 못해서 되게 아쉬웠는데, 처음으로 제 공간이 생겨서 마음대로 초대할 수 있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맛있는 음식도 시켜서 파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별거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제가 해보고 싶었던 걸 해봐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