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초상사진관 '시현하다'를 운영하고 있는 사진관 언니 김시현입니다.
10대였던 제게 사진관은 하나의 놀이공간이었어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놀러 가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지갑에 간직하는 게 참 좋았어요
* 그거 아세요? 서로의 증명사진을 교환하는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라고 해요. 저는 이 문화를 더욱 멋지게 보존하고 싶어요. 남들이 시키지 않아도 내가 오래 해오던 일, 아무리 해도 지겹지 않고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는 일. 그런 일이 바로 사진이라는 확신으로 사진관 ‘시현하다’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증명사진' 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다른 사진을 찍고 계시는 듯 보여요.
증명사진은 나를 보여주는 수단 중 하나잖아요. 사진은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람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그 사람이 가장 매력을 가장 크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배경색이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저희 사진관에서는 촬영 전에 숙제를 드려요.
"당신의 색은 무엇인가요?"
스스로가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싶은지 은유적으로 묻는 질문이죠. 같은 빨강이라고 해도 버건디를 고른 사람은 섹시하면서도 멋지게 보이는 이미지를 원한다면 짙은 빨강, 그러니까 원색의 빨강을 고른 사람은 강렬하고 열정적인 자신의 모습이 부각되기를 원해요.
특별한 사진을 찍는만큼 촬영공간도 예사롭지 않네요.
대개 사진, 특히 증명사진을 찍을 때면 긴장하기 쉽잖아요. 그래서 새로운 사진관은 꼭 '집' 같은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친구집에 놀러온 것처럼 편했음 했거든요.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이 내가 촬영하는 모습을 본다면 아무리 공간을 집처럼 편하게 꾸며뒀다고 해도 긴장을 풀 수가 없으니 작가와 손님이 프라이빗 하게 촬영할 수 있는 방도 있었으면 했고요.
주거공간의 형태를 스튜디오로 사용중인 동네 위주로 찾아보던 중 베이비 스튜디오로 오랜 시간 사용되었던 지금의 장소를 만났어요.
요즘은 대부분의 공간이 '복합'공간이잖아요. 저희도 사진관이라고 해서 촬영만 하고 돌아가는게 아니라 사진을 기다리는 동안 함께 온 사람들끼리 셀카도 찍고, 인증사진도 찍고, 여러가지 제품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저희에게 이 집만큼 좋은 곳이 없었죠.
시현하다 사진관은 철저하게 손님들에게 맞춰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시현하다를 찾는 분들의 연령대가 다 2-30대는 아니에요. 부모님, 때로는 조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경우도 상당하죠. 그렇기 때문에 어린 친구, 아마추어가 하는 곳이라고 보이는 건 최대한 지양했어요. 사진관에 딱 들어섰을 때 '오 여기 정말 괜찮네?' 할 수 있도록 엔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공간의 방향을 잡았어요.
무엇보다 20년이란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건물 자체가 받쳐주는 힘이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자신있게 풀고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오래된 건물들은 요즘 보기 어려운 좋은 요소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컨셉을 잡고 디테일한 공사를 계획할 때 좋은 기준이 되어줄 수 있어요.
1층 로비 같은 경우엔 바닥 마루를 다 뜯고 타일을 깔고, 큰 샹들리에를 달아서 고급스러움과 현대적인 느낌을 동시에 전달하고 싶었어요. 대신 폴리싱 타일과 샹들리에가 블링블링한 스타일로만 느껴질수도 있기에 천장과 벽에 목공을 덧대서 들뜰 수 있는 분위기를 눌러주는 배경을 만들었어요.
로비 옆에는 굿즈 전시실이 있어요.
이전 작업실의 대부분이 이케아 제품들이었다면 이번에는 제작한 것들이 대부분이에요. 테이블, 스탠드 같이 이 공간을 채운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시현하다'만의 감각, 이미지, 어떤 공통의 목소리를 내기를 바랬거든요.
디퓨저도 제작하셨다는 글을 봤어요. 사진관에서 디퓨저?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디퓨저를 시작하게 된 것 역시 손님들 덕분이에요. 처음에 시작한 작업실은 지하에 있었어요. 아무래도 지하 공간이다 보니 환경이 열악한 편이었는데 작업실 공간에 정화조가 같이 있어서 꿉꿉한 냄새가 계속 올라오고 여름엔 굉장히 습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작업실 앞 꽃집에서 파는 디퓨저 2개를 해결책으로 뒀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손님들의 사진관 후기에 하나 같이 '향이 좋은 시현하다'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공간'이라고 했을 때 시각적인 것만 기억하기 쉬운데 공감각적인 추억을 사진관에서 가져가시는 게 좋았어요. 집 앞 꽃집에서 산 디퓨저라고 SNS에 한 번 올렸는데 그게 큰 홍보가 됐나봐요. 그래서 꽃집에서 먼저 '시현하다 디퓨저'를 만들고 싶다고 하셔서 협업을 통해 시현하다 서랍 프로젝트 '첫번째 칸'의 첫번째 굿즈로 디퓨저를 내놓게 됐어요.
* 시현하다 서랍 프로젝트 '첫번째 칸'
자주 꺼내보고 싶은 가장 좋아하는 물건들은 서랍 첫번째 칸에 두기 쉽잖아요. 시현하다에서 사진관 최초로 선보여왔던 다양한 사진 패키지 뿐 아니라 홈스타일링,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이 많은 시현대표 본인이 ‘나라면 이런걸 꼭 받고 싶은데’라고 생각한 것들을 굿즈로 제작하기 위한 시현하다X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입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길을 가득 메운 사진 역시 시현하다만의 시그니처 같아요.
'시현하다'가 생기기 전만 해도 대중들이 자기 사진을 어떤 고화질의 카메라로 소장용 또는 기념용으로 남기는 일이 드물었어요. 이 공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자기를 알아가고 표현하는 것들을 즐길 수 있게 된 분들을 볼 때마다 새로운 문화의 한 길이 열린 게 아닐까 싶어요.
계단을 따라 올라올 때 보이는 이 3면의 벽은 처음 본 순간부터 손님들 사진으로 채워야지 마음 먹은 곳이에요.
촬영을 비롯한 여러 일정들을 소화하면서 공사도 하나하나 준비하고 체크하느라 힘들었지만 제가 워낙 공간에 대한 욕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열정이 많아서 놓을 수가 없던 부분이에요.
(실제로 '시현하다'의 김시현 대표는 식물 하나, 거울 하나까지도 꼼꼼히 직접 셀렉하고 배치하며 사진관을 채웠다고 한다)
단순히 디자인이 아니라 어떤 스토리와 사람들이 이 곳을 채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나를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건 성격이기도 하지만 이 일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에게 받는 좋은 에너지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신기하고도 감사하게 저희 사진관에 팬클럽이 생겼어요. 30번 가까이 오는 친구들도 있죠. 오히려 제가 왜 이렇게 자주 오냐, 우리한테 돈 너무 많이 쓰는 거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에요. 그 중 한 명이 울산에서 거의 매일 같이 올라오는 친구예요. 그 친구가 얘기하기를 활짝 웃는 자기의 모습이 예쁠 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대요. 그래서 시현하다에서 사진 찍을 때도 항상 무표정으로 찍었어요.
그런데 사진이란 게 촬영을 하는 사람과 신뢰가 생기잖아요? 그러면 평소에 걱정하면서 자신이 컨트롤 하고 싶었던 것들을 작가에게 맡길 수 있게 돼요. 그래서인지 얼마 전에는 이 친구가 저희를 믿고 활짝 웃는 사진을 찍고 갔어요!
이 일을 한지 3년 정도 됐는데 뭐랄까, 가끔은 '시현하다가' 주치사진관이 된 기분이들어요. 어떤 친구는 3년 정도 꾸준히 이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저는 눈 감고도 그 친구를 그릴 수 있어요. 타인의 삶을,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 한 사람의 삶을 표현하는데 무언가 보탬이 된다는 게 정말 영광이죠.
'시현하다'의 김시현 대표가 아니라 평소의 김시현이 머무는 공간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서울에서 혼자 독립해서 산지 7-8년 정도 됐어요. 어릴 때는 제 방이 없었고, 고등학교 땐 기숙학교를 들어가서 친구들과 함께 살면서 '내 방'에 대한 로망이 커졌어요. 그러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학교 앞에서 자취를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졌죠.
1년 단위로 이사를 다니면서 점점 집 보는 눈도 높아지고, 어떻게 하면 같은 가격에 더 잘 꾸미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나름의 노하우도 쌓아갔어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같은 가격의 집이라면 더 넓은 집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누가 뭐라고 해도 '채광'을 봐요. 이전에 살았던 집들은 빛이 잘 안 들고 어두워서 그런지 집에 들어가면 사람이 우울해지고 빨리 외출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집은 해가 잘 드는지를 중요하게 보면서 골랐고, 컬러감을 살려서 꾸며봤어요.
기존에 갖고있는 가구나 소품들이 주로 원목이나 아이보리 톤이었어요. 한쪽 벽 색깔을 옥색에 가까운 탁한 에메랄드로 골랐더니 로맨틱 하면서도 프로방스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대신 여기서 그치면 너무 따뜻한 공간으로 그치는 것 같아 블루계열의 포인트를 더해서 시원함을 입혔어요.
요즘 집순이/집돌이가 많은데, 본인은 어떤 편인 것 같아요?
저는 완전 집순이에요! 쉬는 날이면 집에서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사진작가이기도 하지만 두 반려묘의 집사기도 하거든요. (한 친구는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아서 잘 나온 사진을 찾기가 쉽지 않네요)
휴일은 고양이들과 하루종일 붙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에 이 날 푹 쉬면서 컨디션을 다시 끌어올리곤 해요.
일과 쉼, 어떤 자리에서든 자기만의 중심이 있으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시현하다'를 스쳐간 모든 이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나요?
연예인이나 유명인만 주인공인 게 아니라 동시대의 모든 이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촬영하는 사진가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상담 받을 때 들었던 말 중 기억나는 게 있는데 사람은 스스로가 어떻게 보여지고 싶은가가 중요하대요. 왜냐하면 그 말은 곧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라는 질문과 같은 의미거든요. 예를 들어 나는 좀 더 발랄하고, 맑고, 청량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면 그렇게 행동하게 되잖아요.
대개는 타인의 시선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라고 하죠.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이렇게 행동하고 생각하니 이런 사람인가봐, 하고 결정을 짓는 부분에 신경을 써요. 하지만 그건 어떤 소설이 시작도 하기 전에 마지막 문장을 써내려가는 일이라 생각해요.
아까 말씀 드렸죠? 저희 사진관에서 숙제로 드리는 질문.
"당신의 색은 무엇인가요?"
이 글을 읽고 잠시나마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때 떠오른 색깔, 어떤 이미지, 어떤 모습이 있다면 분명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게 제가 보낼 수 있는 가장 최선이자 최고의 응원 같아요.